[펌] ‘현대차 엔진 결함’ 공익제보자 김광호씨 국민훈장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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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엔진 결함 사실 알고 감사실 제보했으나 묵살
2016년 권익위에 공익제보, 국토부 리콜조치 이끌어
해고 이후 권익위 결정으로 복직했으나 1개월 만에 퇴사
권익위 ‘청렴강사’로 활동
27일 정부세종컨벤션에서 열린 '국민권익의날 기념식'에서 '현대차 차량 결함' 공익제보로 국민훈장을 수여한 김광호(오른쪽)씨. 왼쪽은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국민권익위 제공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하고 고통스런 순간도 많았지만 공익을 위해 하고자 했던 일이 인정 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내부 고발로 현대ㆍ기아자동차 리콜(결함시정) 실마리를 제공, 27일 ‘국민권익의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전직 현대차 부장 김광호(56)씨는 수상 소감을 담담히 전했다. 이날 김씨를 비롯해 반부패ㆍ청렴문화 확산 및 국민권익 증진에 기여한 12개 단체와 99명이 정부 포상 또는 권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26년간 현대차 엔지니어던 김씨가 회사의 ‘차량 엔진 결함 은폐’ 사실을 알게 된 건 2015년 사내 품질전략팀에 근무하면서다. 결함이 있으면 관공서에 자진 리콜 신고를 해야 했지만 회사는 무상 수리나 보증기간 연장 같은 변칙을 택했던 것이다.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회사가 나중에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그 해 8월 이 사실을 사내 감사실에 제보했다. 그러나 1년간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내에서 자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차를 사준 고객이라는 생각에 공익제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 상대 공익제보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씨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었다. 8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현대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인데다, 대기업 상대 제보라 국내에서 묵살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 이메일 제보보다 정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김씨는 2016년 8월 미국 워싱턴으로 갔다. 영어에 능통한 둘째 딸이 통역을 도왔다.
두 달 후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했지만 회사는 한 달 뒤 ‘보안 규정 위반’을 이유로 그를 해고하고 형사 고소까지 했다.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였다. 지난해 7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긴 했지만 김씨는 수사를 받으며 자택까지 압수수색 당했다. 김씨는 “과연 내가 잘 한 일인지 스스로 책망하고 원망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김씨가 제보한 결함 의심 사례 32건을 조사, 이 중 8건에 대해 리콜 결정을, 9건에 대해 공개 무상 수리를 권고했다. 권익위가 지난해 3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김씨 복직 결정을 내리면서 김씨는 회사로 돌아갔다. 한 달 만에 퇴사했지만 현대차는 이후 김씨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권익위에서 공직자 등 상대 청렴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의 공익제보는 지난해 권익위의 ‘올해의 공익신고’로 선정됐고, 한국투명성기구는 김씨에게 투명사회상을 수여했다.
정승임 기자 cho
작성일2018-02-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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