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상위 부호 가문의 로버트 더스트(71)가 3건의 엽기적 연쇄살인과 관련된 자신의 생애에 대한 다큐멘터리 TV 시리즈를 녹화하던 중 마지막 회에서 "내가 그들을 다 죽였다"(I killed them all)고 털어놓은 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
HBO의 TV 다큐 시리즈의 녹화를 위해 14일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던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15년 전 한 조직폭력배의 딸을 살해한 데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받은 수사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고 수사 당국은 말했다.
더스트는 보석이 불가능한 구금 상태에서 16일 처음 법정에 회부된다.
더스트는 포브스지의 부호 명단에 미국 상위권 부자로 등재된 40억 달러 자산가 집안의 일원으로 2000년 라스베이거스 조폭 시겔과 랜스키의 부하 중 한명의 딸인 수전 베르먼을 살해한 혐의를 그동안 줄곧 부인해 왔었다.
노령의 더스트는 자신의 친필로 베르먼에게 써보낸 편지와 필적을 공개하면서 그녀를 유인해 총격 살해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징크스 - 로버트 더스트의 삶과 죽음'이란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에서 무용담을 늘어놓다가 범행 사실을 모두 토로했다.
그의 부인이 1982년 실종된 사건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등 더스트의 살인 혐의는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더스트의 변호사는 방송사측이 더스트를 잡기 위해 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고 수사 당국과 협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더스트 일가는 오히려 모든 진상이 밝혀져 다행이라는 입장이어서 형인 더글라스 더스트는 "이번 일로 그의 죄값을 치르게 돼 다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LA 경찰은 이미 지난해에 더스트의 범죄 행각과 모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놓았지만 본인이 끝까지 부인하고 있었다면서 더스트의 행적과 관련된 현금 출입과 각종 메모, 편지 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나 다큐보다도 훨씬 더 드라마틱한 더스트의 살인 행각과 방송 녹화를 통한 체포에 미국사회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재산이 10억 달러가 넘는 더스트가 1982년 뉴욕 별장에서 실종된 후 종적이 묘연한 부인의 재산 8만2000달러를 차지하려다가 금융 당국에 거절당하는 등 이상행동과 비인간적 행위로 이 시리즈는 히트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