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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명성황후 시해 가담자 후손들 처음 한국찾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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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2005년 5월 9일 첫 사죄 방문
12년동안 해마다 찾아와 속죄

[한겨레]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했던 일본인 자객들의 후손이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 명성황후의 무덤 앞에서 조상을 대신해 속죄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명성황후 시해를 할아버지를 대신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신사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과오 앞에 고개를 숙였다. 13년 전 오늘, 2005년 5월 9일 명성황후 시해범의 후손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사건이 일어난 지 110년 만에 조상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 것이다.


이들은 ‘할아버지가 지은 죄를 대신 사죄하고, 늦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 동안 해마다 한국을 찾아 조상들의 잔학한 범죄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뒤늦은 속죄를 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담겨 있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옥호루. <한겨레> 자료 사진.

후손 방한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가 한 일이 애국이라 생각했지만, 자라면서 할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명성황후의 무덤 앞에 시해 가담자 후손들이 무릎을 꿇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범인 48명 가운데 구니토모 시게아키의 손자 가와노 다쓰미 씨와 이에이리 가가치의 손자 며느리 이에이리 게이코 씨를 비롯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10명은 사죄의 예를 갖춘 절을 올렸다.


이에이리 게이코 씨는 “제 방식대로 명성황후께 사죄하기 위해 묘소에서 극진한 정성으로 차를 올리겠다”고 말하며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합장묘인 홍릉과 황후 생가, 시해 사건 현장 등을 찾아 명성황후의 영혼에나마 용서를 구했다.


이들은 남산의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앞으로 일본의 역사 교과서들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기록해 올바른 역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일본군과 낭인들이 명성황후 시해 때 사용한 칼. <한겨레> 자료 사진.

‘을미사변’은 1895년 (고종32년) 8월 20일(양력 10월 8일) 새벽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을 습격해 명성황후를 살해한 사건이다.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자이고, 일본군과 경찰, 낭인 등 48명이 살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해범들의 구성으로 볼 때 일본의 공권력 집단이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한 조선 왕후 살해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본군은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근처 산으로 옮겨 장작을 올려 휘발유를 붓고 불태웠다. 사건에 대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이다.

시해된 지 2년이 지나 치러진 명성황후 국장.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정부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를 들어 범행에 가담한 48명의 살해범 모두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결국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은 명성황후를 살해한 뒤 단발령을 반포하는 등 조선에 대한 침략 정책을 강화했다.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문제는 ‘을미사변’이 일본의 국가적 범죄임에도 일본 사회에는 ‘을미사변’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을미사변’을 제대로 다룬 교과서가 거의 없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은 1949년 4월부터 검정교과서 사용을 시작했다. 문부과학성(교육부)의 주도 아래 일본의 역사 왜곡은 갈수록 심화해 왔다. 일본은 모든 지도 교과서에 독도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하고, 다케시마라는 행정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관련 강제성은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일제의 강제병합은 대한제국의 의병운동 등으로 일어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을미사변’과 관련한 기술도 다르지 않다.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 가운데 을미사변을 다룬 교과서는 마나비샤 교과서 단 1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용을 축소했고, 일본의 입장에서 왜곡해 기술하는 등 올바른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


가와노 다쓰미 씨와 이에이리 게이코 씨 등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10명이 뒤늦은 속죄를 한 또 다른 이유는 ‘을미사변’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일본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앞장서 알리기 위해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해까지 12년째 한국을 찾아 사죄했고, 올해도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뮤지컬 <명성황후>가 명성황후 시해 114주년 기일에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시해 가담자 48명 가운데 21명의 고향이자 시민단체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이 있는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강당에서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은 원작을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을 상영하면서, 명성황후 역의 이태원씨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대표곡 5곡을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에이콤 제공. <한겨레> 자료 사진.

가와노 다쓰미 씨 등 명성황후 살해 가담자 후손인 두 사람은 사죄의 생각은 있었지만 한국에 혼자 오기까지는 어려웠다고 한다.


이들에게 용기를 더해준 건 바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이었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전·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명성황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일본인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일원인 오카자키 와조 씨. <한겨레> 자료 사진.

모임의 일원으로 2005년 5월 9일 첫 사죄 방한을 한 오카자키 와조 씨는 40여 년을 구마모토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그런 그가 방한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일화는 일본 국민들이 받은 역사 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는 “하루는 한 조선인 학생이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죽었다는 데 아는가’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을미사변에 대해 알게 됐고, 오카자키 씨는 이제 “모든 일본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지난 3월 30일 고교 학습지도 요령을 개정했다. 10년 단위로 개정되는 학습지도요령은 학생들이 배워야 할 최저치의 학습 내용을 정해 놓은 기준이다. 하지만 이번 학습지도 요령에도 기존의 왜곡된 역사관은 변하지 않았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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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5-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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