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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오늘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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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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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중에서
딱 오늘 하루만, 비로서 철이 드는 자식이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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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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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