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여가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매체가 독서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식의 전당인 대학의 도서관 이용 실태는 어떨까요. 대학 도서관 이용도 점차 줄고 있습니다. 대학생 1인당 연간 대출 도서는 2013년 10.2권에서 2017년 7.4권으로 줄었습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대, 장서 수와 학생 대출 모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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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장 많이 읽는 대학은 어디일까요. 학생 1인당 대출 책 수를 비교해보니 역시 서울대가 24.9권으로 1위였습니다. 대략 학생 1명이 한 달에 2권 정도 책을 빌린다는 얘기입니다. 이어 서강대, 연세대가 독서를 많이 하는 대학으로 꼽혔네요. 여대인 이화여대와 숙명여대가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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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학생이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도서관에서 책을 한 번이라도 빌린 학생은 대학 재학생의 53%라고 합니다. 대학생 절반 정도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않는다는 의미죠.
학생들은 대학 도서관에 책을 빌리기 위해서만 방문하지 않습니다. 열람실에서 공부하거나 도서관에 마련된 회의 공간에서 소그룹 토론이나 과제를 하기도 하죠. 학생들에게는 도서관 장서 수보다도 열람실의 좌석 수가 더 관심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람실 좌석이 가장 여유 있는 대학은 어디일까요.
도서관 열람실 좌석 1석당 학생 수를 살펴봤더니 여기서도 서울대가 1위였습니다. 서울대는 열람실 좌석 1석당 학생 3.03명으로 가장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이는 2015년 문을 연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의 영향이 큽니다. 기존 중앙도서관 뒤쪽에 지어진 8층의 관정관은 4000여석의 열람석을 보유했습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중앙포토]
2위 가톨릭대는 열람석 1석당 학생 수가 3.4명입니다. 독서실을 방불케 하는 열람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소그룹으로 토론하거나 협력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가톨릭대는 학생 1인당 도서자료 구입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하는 대학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학교가 사주는 희망도서 신청 제도를 운용하고 있죠.
가톨릭대 중앙도서관 열람실 [중앙포토]
서울대 대출 랭킹, 올해는 '82년생 김지영'이 1위
지난 2017년 1년간 서울대생이 가장 많이 빌려본 책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습니다. 2016년에 이어 2년째 1위를 지킨 이 책은 세 명의 좀도둑이 폐점한 잡화점에 들어가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2위는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입니다. 작가 채사장의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권이 각각 3위와 12위에 올랐습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서울대생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8년 1월부터 5월 현재까지의 대출 현황도 분석해봤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책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에 불어닥치면서 함께 화제가 된 책이죠. 3위에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가 함께 올라있습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해와 올해 순위를 살펴보면 TOP 20에 두 권 이상을 올린 작가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살인자의 기억법', 올해 '오직 두 사람'을 순위에 올린 김영하 작가, '호모데우스'와 '사피엔스' 두 권을 순위에 올린 이스라엘 학자 유발 하라리 등입니다. 매년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책들도 있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미시경제학', 영국의 미술사학자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등이 대표적인 서울대생들의 필독서입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