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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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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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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럼 오월의 초여름이지만 서늘한 밤이면 생각나는..

한 60년 전이던가, 한국 방문때 일어난 일..

부산에 갈일이 있어서 일을 보다가 우연히, 진짜 우연히 
예전에 알던 여인네를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장소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는 무슨 활어 직판장 이라는 곳..
메뉴는 당연히 뭔 회, 뭔 회 그리고 뭔 매운탕 등등..
근데 회만 먹기는 맹숭맹숭 하기도 하고 애매어색해서 백세주 한 잔 하실래여? 라니
여인네 분께서 입까지 묻은 고치장 황급히 닦아 내시며 녜~ 하여서
백세주 한 병을 시켰는데 회와 함께 입도 안거치고 걍 뱃속으로 꼴인하는 맛이 초근초근..
이런 저런 야부리와 곁들이니 둘이서 열 댓병을 들이키니 아마 어지간히 취했던 듯..

저녁을 마치고 나와서는 그냥 가기 뭐하고, 또 딱히 마무리 멘트도 어색하여
맥주나 한잔 하실래여?  했더니, 또 망설임도 없이 녜~ 하시는 여인네..
그래서 인근 호프집에서 또 연거푸 생맥주 몇 드럼인가 마셨는데.... 내 기억은 거기서 끝!

그런데 얼핏 둘이서 손을잡고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을 희희낙락거리며 
날 자바바라~ 하면서 뛰어 다녔던 것도 같은 흐릿한 기억이 남아 있어 쫌 찝찝하기도 하거니와
혹여 큰 실수라도 한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지금의 미투 같은 것)
담날 늦은 오전에 자빠져 자던 나에게 그 여인네로 부터 연락이 온 것..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좌절과 속죄의 맘으로 공손히 무릅꿇고 전화를 받아보니
음마~ 어제 저녁 고맙게 잘 먹었다네.. 아주 고맙다네... 돈은 죄다 내가 냈다네....

그래서 같이 맥주 마시고 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쬐매 가물가물해서리..
혹여 내가 실수라도?.. (예를 들면 잠만 같이 잤거나 혹은 잠도 같이 잤거나 하는..)
그랬더니 어제,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고는 바로 남편이 데리러 와서 집에 갔다네 어쨌다나..

좌우간 안심은 되는데...... 도무지 뭔지 모르겠는 이 신비한 찝찝함..
그럼 여인네와 헤어진 이후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을 손잡고 거닐며 희희낙락거리고
심지어는 날 자바바라~ 하면서 같이 뛰어 다니던 그 여인네는 누구?....

어쨋든 그 신비한 찝찝함이 현실에서 닥치는 악몽이 될까싶어
난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에 몸을 날려 타고서는 돌아와 지금까지 무사하게 있지만
가끔 한국 방문시 부산을 가면, 길거리에서 나랑 비스무리 하게 생긴 아이만 보면 가슴이 철렁!
혹시... 혹시..... 하는 그런 아주 이상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능...

암튼 그 때 그날 밤도 오늘 처럼 선선한 초여름 밤이있다는 거지.. 거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