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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인 작가를 좋게 보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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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찌질했고 지금도 찌질하다> 글-윤서인

사람은 어느 집단에 소속되든 자신이 가장 찌질할수록 좋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대체로 어디에 소속되든 가장 찌질했다.

1997년 넥스텔 시절엔 나랑 젤 친한 친구가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 그것도 엄청 디자인을 잘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 디자인 하는거 보면서 충격에 눈이 막 빙빙 돌아갔고 내가 대학에서 배운게 바로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일체 쫄지 않았다. 그 격차 자체가 너무너무 흥분될 정도로 좋았다.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도 안했다. 현실이 이렇구나 얼른 디자인을 포기하고 일러스트레이션 쪽으로 포커싱 할 수 있었다. 그친구 월급이 내 두배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나보다 두배 밖에 안받나?;;

회사 다니는 내내 단짝으로 지냈고 그만둔 이후에도 매우 친하게 지냈음. 그 친구 덕에 당시 사회 초년생이던 지금 유명한 CEO들도 많이 만났고 디자인이 뭔지도 배웠고 인터넷 초창기의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경험을 많이 했음. 지금 그친구는 대한민국 최고 기술력을 갖춘 디자인 회사의 사장님이다. 평범한 내 인생이 크게 확장된 매우 즐거운 격차였다.

2002년 네오위즈에 다닐땐 다들 서울대 카이스트인데 나만 건국대였다. 사실 이게 좀 창피했어야 하는데 나는 천성이 그런게 없음. 격차 앞에서 움추리는 회로 자체가 없다.

한번은 워크샵을 갔는데 어떤 직원이 진지하게 "여기 전교 1등 안해본 사람 없잖아요?" 이러는데 요때만 약간 민망했다 ㅋㅋㅋ 전 반에서 1등도 못했는데요? 라고 말할 뻔 했음.

초창기 잘나가던 네오위즈에 다니면서 학벌좋고 능력좋은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많이 배웠다. 그때 보던 사람들이 지금 배달의 민족이니 배틀 그라운드니 막 만들어 내고 있다 후덜덜.

만화가 친구들이랑 놀던 시절도 마찬가지. 다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한 만화가들 틈에서 내가 제일 찌질했다. 형님 친구들은 천만원짜리 알바 하는데 나는 밤새면서 100만원짜리 알바 하고 그랬음. 그래도 배가 하나도 안아팠다. 나는 잘난 사람들을 보는게 너무너무 좋다.

유명 만화가들과의 격차가 너무 좋았고 그 안에서 열심히 같이 놀았다. 친구들이 싸인할때 나는 옆에서 사진 찍어주고 그랬다. 그런 모든게 행복했다.

이후에 스타트업 할때는 아예 대기업 3세 동생과 둘이 창업을 했다. 높은 자리와 자산과 기사 데리고 다니는 동생을 보면서도 하나도 쪼는 거 없었다. 오히려 대기업 오너가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구나 이생각만 들더라.

이후로 본격 만화가가 되면서 나도 많이 성장했다. 돌아보니 이제는 돈도 꽤 생겼고 유명세도 있고 여유도 많아졌고 남들 못지않은 인생이 됐음. 근데 이런 내가 요즘 일본에서는 또 가장 찌질하다. 요즘 일본에 오면 가족같이 함께하는 셋 중에 내가 제일 찌질하다.

돈 많은 형님은 다들 돈을 부러워하는데 난 돈보다 형님의 세상 보는 눈이 더 부럽다. 그동안 나도 꽤 성장했다고 생각했던게 부끄럽고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걸 배운다. 마치 예전에 서울대 디자이너를 처음 만났을때 만큼 즐겁다.

15년지기 일본 동생은 일 벌리고 치고 나가는 추진력이 너무너무 부럽다. 물론 이 동생도 나보다 훨씬 부자다. 항상 겸손하고 잘난 동생한테도 너무너무 많이 배운다. 셋 중에 내가 제일 찌질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행복하다. 잘난 사람들 틈에서 내가 제일 부족한 상황만큼 나한테 자극이 되고 행복한 상황은 없는 거 같다.

격차만큼 나한테 좋은것도 없다. 내가 제일 잘났거나, 내가 제일 부자인 상황은 나한테 득될 게 하나도 없는 끔찍한 상황이다. 빨리 내가 제일 찌질한 곳으로 가야 한다. 지금 나는 내가 제일 찌질해서 너무너무 다행이다.

격차는 삶을 열심히 살게 만든다. 난 격차가 없어질때 마다 격차가 있는 곳으로 또 이동했다. 내가 제일 부족한 곳에 어떻게든 소속돼서 그들과 함께하면서 성장했다. 지금 돌아보니 내가 성장해 있는 것도 좋지만, 지금도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내가 가장 찌질하고 부족한 요 상황이 더 좋다.

내가 아직도 올라갈 곳이 있는게 참 좋다. 아니 이런 것도 없으면 도대체 인생 무슨 재미로 사냐?

추천 2

작성일2018-06-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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