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아빠,아버지, 애비

페이지 정보

목멘천사

본문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아빠,아버지, 애비

내가 아빠의 소리 내지 못하는 아픔을 모를때 
나는 아빠를 아빠라고 불렀다.

내가 아버지의 깊은 한숨 소리를 못 알아 들었을때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렀다.

내가 아버지의 아픔을 조금은 이해하고
내가 아버지의 한숨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수 있을 즈음에
내가 아버지를 아버지 하고 불렀지만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애비라고 말씀 하셨다.

내가 나의 아픔을 소리 내지 못할때
나의 아이는 나에게 아빠라고 불렀다.

내가 소리 죽인 한숨을 아무도 모르게 쉴때
나의 아이는 나에게 아빠라고 불렀다.

내가 지금 아파도 아프지 못하고
혹여 나의 한숨이 아이의 가슴을 무너지게 할까하는 걱정에
한 숨 한번 큰 소리 내어 쉬지 못해도
나의 아이는 나에게 아빠라고 부르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아이에게 애비가 되어 있었다..

+

미국은 내일이 아버지 날이라나... 뭐라나..

어머니 날에는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던데
아버지 날에는 
소리도 못내면서 아프고 지친 아버지들 가슴에
무엇을 달아 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