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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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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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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김종완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 전에 항상 "응"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을 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 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 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주말까지는 흰생 머리핀을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번 부른다는 것도 난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

해질녘, 서쪽 하늘의 오렌지 색 구름을 보다가 왜 네가 생각이 나는지
그리고 가슴 한 구석으로 작은 그러나 많은 추억들이 우르르 허물어지는지
빈 가슴에서 나오는 기침 소리가 다시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그리고 이 밤,
하늘의 별 몇개 보았을뿐인데 왜 눈이 시려지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난 아무것도 모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