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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할머님 죄송합니다` 월세 봉투 남기고 세상 떠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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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남긴 돈봉투. '주인할머님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주인할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3일 오후 1시 16분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선 경찰관들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당황했다.

부자가 숨진 건 한달 전 쯤. 시신 부패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현장을 수습하던 경찰은 TV선반 위에 놓인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집주인에게 전하는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봉투 안에는 121만원이 들어 있었다. 

한달 기초생활수급비 85만원으로 살아가던 부자가 아껴 모은 전 재산이었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짧은 글귀 외에 부자가 남긴 말은 없었다. 그동안 집주인에게 가졌을 미안함과 감사함을 봉투에 담았을 터다.

사연을 듣기 위해 전북 남원시 동충동 부자가 살던 집을 찾았다.

"아바이나 아들이나 참 착해. 햇수로 16년째 살면서도 생전 큰 소리 한 번 안나고, 어쩌다 화장실 오가는 기척만 있었어요."

4일 오전.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71)와 아들(37)이 살던 집 앞은 언제나처럼 적막했다.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담장, 정원 딸린 2층집들을 구경하며 몇 발짝 걷다 보니 금세 이들 부자가 살던 집이 나왔다. 

큰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 어쩌면 한 달이 넘은 이날 집주인 A씨가 우두커니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남이래두 지난 십수년 동안 사소한 다툼 한 번 없이 함께 살았는데 이렇게 떠나버렸다"며 한탄했다.

부자가 살던 곳은 A씨가 살던 집과 마당을 함께 쓰는 별채였다. 크기는 15평 정도 됐으나 그나마 벽을 트고 샌드위치 패널을 덧대 최대한 넓힌 열악한 공간이었다.

별채 문은 곧장 집 밖으로 바로 이어졌다. 때문에 A씨는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듣거나 방세를 주고받을 때 이들의 삶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화장실 쓰는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비가 입금된 지난 20일에도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심쩍게 생각하던 A씨는 담당 사회복지공무원을 불러 전날 오후 1시 16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별채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수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중인 아버지와, 이를 돌보던 아들의 마지막이었다.

부자가 살던 남원의 한 주택 앞. (사진=김민성 기자)아들은 아버지를 지켰다. 지난 2013년에는 남원시청에서 자활근로를 하며 얼마 정도 돈을 벌며 가장 노릇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6개월 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번번이 병원에 데려가는 아들을 주민들은 '둘도 없는 효자'로 기억했다.

한 마을주민은 "아들 자신도 폐병으로 고생하면서도 걸음걸이가 어색한 아버지를 직접 병원에 모시는 걸 자주 봤다"며 "집밖으로도 나오지 않던 아들이 유일하게 외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도 아들의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치켜세웠다. 

그는 "방세를 가져올 때마다 아들은 '전기요금이다, 수도요금이다' 하면서 꼭 얼마씩 더 내밀었다"며 "이만큼 안 나왔으니 가져가라고 해도 '두 명이서 사니까 죄송해서 그런다'고 물러서지 않았다"고 했다.

2인 가구 기준 월 최대 85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사리 살아가면서도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한 것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봉투와 현금 121만원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이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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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7-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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