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갈등(葛藤)

갈(葛)은 칡,
등(藤)은 등나무

살아보려 애쓰는 작은 나무 한그루를
칡은 왼쪽으로 감고 오르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오르고

葛은 왼쪽으로 감아야 산다하고
藤은 오른쪽으로 감아야 산다하고

얽히고 섥힌 葛과 藤에 휘감겨
살아보려 애쓰는 작은 나무 한그루

죽을까, 살까
살까,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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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 전
세상의 죄와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죽어야할 운명을 받아 들이고 죽은 예수..

이천년 후
세상의 죄와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죽어야할 운명을 다시 받아 들이고
독배의 잔을 혼자 들고 또 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중국
신과 또 다른 신
인종과 인종
나라와 나라
남과 북

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