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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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게 마늘밭에서 일을하다 에구구~ 소리를 내며 허리를 피고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이지 요즘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몇일째 계속 되기는 드문 일이다. 물론 길로이의 가을 하늘도 멋지지만 봉숙이의 달콤한 숨결처럼 은은한 봄바람과 함께하는 요즘 하늘은 한 1분만 처다 보노라면 그 안에 퐁당 빠질 것도 같고 쪼옥 빨려 들어갈 것도 같고 내 몸이 온통 파랑색으로 물들은 것 같기도 하고 내 가슴속 마음이 파랑새가 되어 날아가기도 하고.. 암튼 결론은 죽인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반만 먹고 남긴 서브웨이 칠면조 고기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개울물과 함께 먹고 하얀 배꽃이 환상적으로 나불거리는 배나무 밑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다 잠시 눈을 감으니 내 친구중에 유일하게 중학교를 졸업해서 제일 유식한 만득이가 가르쳐준 시인지 시조가 하나 생각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고려말에 나옹혜근 선사님 이라는 도인 중에서도 젤루다 높은 도인이 지은 시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 뜻은 봉숙이 속 마음 마냥 아리송 다리송 하지만 왠지 오늘 같은 날 바라본 하늘과 어울리는 시 같아 기분이 째지려는 순간.. 마늘밭 사장님의 저놈은 점심 처먹고 두시간 이나 자빠져 있다는 돼지 멱따는 고함소리에 놀라 눈을 떳다. 사장님은 씩씩거리고 난 정말 깜짝놀라 얼른 수건을 머리에 두르며 호미들고 마늘밭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마늘밭이나 메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마늘이라 까라하네.. 봉숙이를 향한 나의 사랑도 벗어놓고 마늘밭 사장님을 향한 나의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묵묵히 마늘밭 일해서 일당 백불 벌어야지.. 이 아름다운 세상.. 즐겁게 오래 살자..벽에 뭐 칠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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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03-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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