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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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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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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

때로
아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주
살아 왔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때마다
아니, 요즘은 수시로
'위로'라 써있는 여객선 터미널에서
그래도행 여객선의 표를 끊어보지만
수시로 떠나는 
그래도 행 여객선에 선뜻 발을 못들여 놓는다.

그래도,
그래도 아닌 이 땅에서 내가 흘린
추억이며, 눈물이며, 아쉬움 같은 것들이
자꾸 내 발목을 붙잡고 
가지말라, 가지말라 하는 미련 때문에..

안그래도 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그 미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