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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침대에 껴있는 이불, 빼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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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호텔 침대에 껴있는 이불, 빼 말아?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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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 호텔 침대에 껴있던 얇은 이불, 나만 불편했나?

출처 : Seinfeld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내적 갈등을 겪는다. 다름 아닌 호텔 침대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호텔 침대 이불 아래에 깔려 있는, 또 하나의 얇은 이불이 문제다.

얇은 이불은 매번 매트리스 밑으로 꼭꼭 끼워져 있었다. 덮고 자려고 잡아당겨도 워낙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쉽게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단단히 끼워져 있는 걸 보면 빼서 쓰는 게 아닌가? 이 안에 그냥 몸을 넣으면 될까?' 그래서 시도해봤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답답한 느낌도 별로였지만 무엇보다 발이 불편했다. 누운 상태에서 마치 발레리나처럼 발끝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이 얇은 이불을 빼서 덮는다. 이렇게 하면 잠은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다만 다음 날 아침 이불들이 뒤엉켜 침대는 엉망이 된다. 하룻밤 사이에 민폐 손님이 된 기분이다.

출처 : birchbox.com

사실 그동안 호텔 프런트에 사용법을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젓가락 사용법을 묻는 것처럼 너무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는 걸까봐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나만 이걸 궁금해할 것 같지 않다. 이제 여행가기도 좋을 시기이니, 이 사소한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봐야겠다.
호텔 침대에 있는 이 얇은 이불, 매트리스에 끼워서 쓰는 걸까 빼서 쓰는 걸까? 작은 탐사, 소탐해보자.

■ 1단계 : 프로출장러에게 물어봤다

가장 먼저 JTBC의 프로출장러로 꼽히는 온누리 기자에게 물어봤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현장에서 취재해온 만큼, 여러 나라의 호텔들을 이용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사용법을 모르고 있었다. 본인도 이 얇은 이불을 어떻게 쓰는 건지 늘 궁금했다고 한다. 빼서 쓰는 게 편해서 일단 그렇게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거냐며 도리어 소탐대실에 역질문을 했다. 다른 데서 더 알아봐야겠다.

■ 2단계 : 국내 누리꾼은 알고 있을까?

나처럼 이 얇은 이불의 정체와 사용법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이 웹사이트에 질문을 남겼다.



여러 댓글이 달렸다. 빼서 써도 상관없다, 얇은 이불 아래로 들어가면 된다, 편한 대로 쓰면 된다 등의 의견들이었다. 그렇지만 '빼서 쓴다' 혹은 '끼워서 쓴다' 이렇게 명확한 답이 딱 떨어지진 않았다.

■ 3단계 : 톱 시트는 도대체 뭔가

이 얇은 이불의 정확한 이름은 톱 시트(Top Sheets)다. 플랫 시트(Flat Sheets)라 불리기도 한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몸 위에 덮기 위해 만들어진 시트다. 이불과 몸 사이에 위치해 아늑한 느낌을 주고, 이불 세탁의 번거로움도 줄이기 위해서다. 반대 개념으로는 보텀 시트(Bottom Sheets), 즉 깔고 자는 시트가 있다. 사용자는 이 보텀 시트와 톱 시트 사이에 들어가면 되는 거다.


이렇게 톱 시트가 포함된 침구 구성은 미국에서 발전했는데, 호텔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유럽은 톱 시트 대신 이불 커버 사용을 선호하는 편이다.

■ 4단계 : 톱 시트 많이 쓰는 미국은 안 빼나?

일상에서 톱 시트를 사용하는 미국. 이들이라면 매트리스에서 빼고 쓰는 건지 끼워 쓰는 건지 알고 있지 않을까. 미국의 웹사이트들을 검색해봤다.


어떤 누리꾼이 톱 시트의 사용법을 묻는 글을 올렸다. 그렇다. 매일 같이 톱 시트를 덮고 자는 이들도 빼는 건지 안 빼는 건지는 정확히 몰랐던 거다. 여기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톱 시트를 빼서 쓰는 사람들과 끼워 쓰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격렬한 토론의 장이 됐다.

빼서 쓴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발'이었다. 발이 답답해서 톱 시트를 매트리스에서 뺀다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이 때문에 톱 시트 자체를 쓰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 전 트위터에 올라왔던 한 사진을 보자. 매트리스에 껴있는 톱 시트 안에서 자는 느낌이라고 한다.


반면 톱 시트를 매트리스에 끼워 사용하는 사람들은 침대의 정리정돈과 안정감 있는 잠자리를 이유로 들었다. 매트리스에 톱 시트가 고정되어 있으면 자면서 이불과 엉키지 않아 정리가 쉽고, 덤으로 면에서 오는 부드러운 느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여론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재밌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평소 톱 시트를 어떻게 쓰는지 물어본 거다. 응답자 11,419명 중 잘 때 톱 시트를 끼워서 쓴다는 사람이 44%, 빼서 쓴다는 사람이 40%로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톱 시트 자체를 아예 안 쓴다는 응답자도 16%나 됐다. 찾아보면 볼수록 뭐가 맞는 건지 더 헷갈린다.



■ 5단계 : 60년 전으로 돌아가 봤다

톱 시트를 빼서 쓰냐 끼워 쓰냐를 두고 현대에서는 그 의견이 첨예하기 갈리니, 과거로 돌아가 보자. 미국의 시사 잡지 '라이프(Life)'에 실렸던 옛날 톱 시트 광고들을 살펴봤다.



보다시피 제품들이 모두 매트리스에 끼워져 있다. 매트리스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모서리와 발을 움직일 수 있는 하단의 여분 공간까지, 모두 톱 시트를 끼운 상태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들이었다. 찾아보니 최근에도 비슷한 목적의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출처 : Youtube

60년 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톱 시트를 잘 끼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이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답은 나왔다. 톱 시트는 끼워서 쓰는 게 정석이었던 거다. 하지만 변형된 제품들이 아닌 일반 사각형 톱 시트를 사용한다면, 여전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걸 꼭 지켜야 할까?

■ 6단계 : 5성급 호텔에 물었다

톱 시트를 꼭 끼워서 써야 하는지 5성급 호텔 다섯 곳에 문의해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톱 시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과거엔 대체로 톱 시트를 사용했지만 요즘은 이불 커버로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지금도 톱 시트를 사용하는 A 호텔은 안정감 있고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통 방식처럼 매트리스에 끼워두지 않고 뺀 상태로 침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편하게 덮고 자면 된다고 했다.

해외 현지 호텔은 어떨까? 다른 나라는 지금도 톱 시트와 이불 커버 방식이 혼재된 경우가 많은 듯했다. 만약 해외 호텔에서 톱 시트를 마주친다면, 매트리스에 끼운 채로 쓰는 게 예절일까? 글로벌 호텔 체인 중 하나인 B호텔 관계자는 방식에 연연하지 말고 쓰면 된다고 했다. 빼서 쓰든 끼워서 쓰든 사용자가 편한 대로 쓰는 거란다.



■ 결론 : 정석은 정석일 뿐. '마음대로' 하시라

출처 : Youtube

소탐해본 결과 톱 시트는 끼워서 쓰는 게 정석이었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빼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가서 잤다고 한다.

하지만 오래된 거라고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톱 시트를 가장 많이 쓰는 미국에서조차 빼서 쓰거나 아예 안 쓰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물며 톱 시트를 일상에서 쓰지 않는 우리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다.

여행 가서 잠드는 순간까지 고민에 빠졌던 당신, 빼든 말든 이제 당당히 '마음대로' 하시라. 호텔에선 고객의 마음이 정답이다.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추천 1

작성일2018-08-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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