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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몰릴라…공무원, 핵심요직 승진 기피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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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규범에 짓눌린 新피로사회 / ③ 新피로사회 속 리더포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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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성적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가경제를 움직인다는 자부심으로 밤낮 없이 일했지만 남는 것은 사방의 잔소리와 질타뿐이었다. 자신의 입장과 다른 정책이 나올 때마다 빗발치는 시민단체 반발은 민주사회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수시로 말이 바뀌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 국회의원과 보좌진이었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위해 상급자들이 나랏돈에서 나온 부처 활동비로 또 다른 공무원인 국회 보좌관들에게 밥을 사며 사정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관계자들의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로 검찰에 불려 다닌 적도 부지기수였다. 현대 국가의 행정은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조정자적 행정이라고 배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정의 준거인 도량형 자체가 바뀌면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을 비판하며 결기를 강조하던 선배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공직자윤리법 강화로 재취업길이 막히자 부처 내 인사 적체가 심해지고 고위 관료들의 보신주의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 A씨(42)는 지난해 말 장관급인 주요 중앙부처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은 차관급 부처로 자진해 자리를 옮겼다. A씨는 "예년 같은 권한은 없는데도 오히려 공무원을 향한 주문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높은 상급자 자리에 올라가면 아예 버텨내기 어려울 것 같아 감당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덜 바쁜 부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A씨 지인인 한 공무원은 2~3년 안에 공무원을 그만두고 행정사나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관료들이 고위 공무원을, 회사원이 임원을, 학생들이 회장직을 기피하는 이른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가 대한민국에서 창궐하고 있다. 각종 사회적 요구와 규범으로 구성원 전반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리더의 피로감은 남다르다. 민주화와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다양해진 통로로 쏟아지는 허다한 요구와 내재화할 만하면 새로 생겨나는 각종 규범을 군말 없이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권위주의 시대 리더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료뿐만 아니라 일선 직장에서도 이 같은 리더 포비아가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 공기업 과장인 D씨(40)는 아예 내년 초 승진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승진하면 임원들 의전이나 지방자치단체·정치권 대관업무 같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해야 하고 법률적 쟁송이 생기면 검찰, 법원에 출석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D씨는 "진급하면 명예가 따라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눈곱만 한 임금상승률을 생각하면 `만년 과장` 소리를 듣더라도 진급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 10대 그룹 계열사의 지역본부장 E씨는 초임 간부인 과장 시험을 서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대리들 때문에 걱정이다. 시험을 봐야 과장을 달 수 있는데 대리들이 시험 자체를 보지 않아 과장을 시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 앞두고도 능력과 덕망 면에서 호평받는 인물들이 출마를 꺼리는 등 리더 기피 현상이 심각했다. 정치권 인사는 "참신한 인재를 기초의회 의원 등으로 영입하기 위해 발 벗고 뛰었지만 `욕을 먹는 건 괜찮은데, 실제로 하고자 하는 일이 진행이 안 될 것 아니냐`는 영입 대상자의 반문에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한때 대표적 정치권 등용문이었던 총학생회 선거에도 파리가 날리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부와 사회과학부는 올봄 입후보자가 없어 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에 총학생회 선거를 진행한 연세대에서도 입후보자 부재로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로 중·장년층 기성세대에서는 조직 통솔의 용이함을 위해 집단주의를 해결책으로 내세우면서 조직에 순응할 것을 강요한 반면 최근 젊은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 자라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조직보다 개인을 중요시하게 됐다"며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면 개인과 사회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조화를 이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이용건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 강인선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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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8-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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