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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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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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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류시화

신비의 서를 나는 읽었네
글자 없이 종이 없이 씌어진
그 책을 나는 읽었다.

저 티벳 성자들의 낯선 세계 속으로
나는 가 보았다.

흰구름의 길을 헤치고
밀라레빠와 대머리 독수리들의 대화 속으로
그리고 절대의 음악을
나는 들었다.

연주하는 이도 없이 악기도 없이 울려 퍼지는
신비 시인 파비르의 시에 나는 취했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모르지만
그가 주는 술은 마실 수 있다.

술잔도 없이 건네주는 그 술을
입 대지도 않고 나는 마신다.

이 술취한 자의 말을 들으라

삶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다만 덧없는 시간의 화살 속에서
그 화살 쏘는 자를
나는 본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 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길위에서 망고열매처럼 익어갔다.


++


비밀 - 목메다 맥주 마신 악마


비밀을 하나 말해줄께.

화요일 저녁 여덟시 오십분쯤 아직 어두움이 큰소리 못치는 하늘을 처다봐
반 투명한 선선한 바람이 내 뜨겁던 가슴을 식리고
키 큰 나무의 키 큰 가지 끝에는 눈빛을 번뜩이며 나를 처다보는 저녁 새의 율동을 볼수있고
이제 막 열매를 익히려고 일어서려는 오렌지 나무의 부시럭 거림을 들을수있고
멀리서 전설처럼 들려오는 노는 아이들의 아련한 웃음소리를 들을수 있을거야.

그리고는 펜스에 붙어있는 가는 거미줄에 걸린 작은 벌레의 날갯짓을 보다가 그대로 눈을 감고
아직 태양으로 부터의 열을 고스란히 받아낸 땅바닥의 열기를 등으로 느끼며 잠이 들어봐.
그러면 저 히말라야 어디쯤 높은곳에 지어진 지붕이 빨간 사찰의 댓돌위에 앉아있는 고양이가 될거야.
털은 적당히 노랗고 눈은 파란색 물빛의 고양이가 될거야.

달라이 라마..
고뇌를 운명처럼 지고 사색의 발걸음을 걷던 부드러운 발을 감싸주는 하얀 고무신을 핥기도 하고

리종 린포체..
지혜와 자비의 바람을 늘 안고 다니는 그 넓은 가슴에 편안히 눈을 감고 안겨 있기도 하고

이천십팔년 팔월 십사일, 저녁 여덟시 오십분쯤
더러운 욕망이 열기로 변해 세상이 온통 불같이 뜨거운 하늘 아래, 땅 위 어디선가
윤회를 거듭하다 마침내 탐욕의 소멸, 성냄의 소멸, 어리석음의 소멸을 완성하고
죽지않고 죽음으로서 열반(涅槃) 아닌 열반(涅槃)에 들은 고양이가 될수있는 비밀을 말해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