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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를 흠모했던 화가, 北 허위 선전 믿고 그린 작품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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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1916~)  -  
글쓴이: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연세대 명예교수


'청풍백년(淸風百年)'의 상징적 존재인 김병기와 나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서 오래 살아왔다. 그가 한평생 걸어온 길과 내가 한평생 걸어온 길은 하도 거리가 멀어 서로 한 시대를 거의 다 살고 난 뒤 그의 나이 100세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를 만났다. 그때부터 우리는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고 100세가 넘은 지금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그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말이나 하고 글이나 쓰면서 나이 90이 넘었다. 나이 차이 12년인 우리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김병기는 화가로, 나는 논객으로 풍랑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는 남북한은 물론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힘차게 그림을 그렸고 나는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하다가 감옥에도 가고 직장에서도 쫓겨났다.                                                                                                                                                                                                         현재 김병기는 103세이고 나는 91세이지만 내가 앞으로 10년을 더 산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김 화백은 100세가 넘어 가끔 감기로 외출을 삼가는 일은 있지만 아직도 활기차게 그림을 그리는 현역 화가이다. 그의 그림을 모은 화첩이 하나 나왔는데 그 화첩을 보고 나는 감동하였다. 화첩 첫머리에 실린 작품 제목이 '십자가의 예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우주관 또는 종교관을 도도하게 피력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삶의 주제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내 삶의 결론도 그의 결론과 비슷하다. 그와 나는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와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하나님 아들의 나타나심이 세계사의 주축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못 박은 역사 철학자 헤겔의 말을 신봉한다.                                                                                                                                                                                                                                     김병기는 평양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돈 걱정 안 하고 살았다. 그의 부친은 일제하에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가 화가가 될 꿈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 영향이었을 것이다. 해방 후 월남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동원과는 사돈이다. 김병기의 약혼식 주례는 조만식이 맡았고 결혼식 주례는 순교한 목사 주기철이 보았다고 들었다. 그는 1930년대에 동경미술연구소에서 수학하고 이어 동경문화학원 미술부에 입학하여 1939년 졸업하고 개인전을 차릴 만큼 이미 두드러진 화가였다. 그림이란 음악과 같은 것이어서 천재를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즐길 수는 있어도 이름을 떨칠 만한 화가가 되기는 어렵다. 그가 젊어서 그린 작품들을 보지 못했지만 백세에 그린 '바람이 일어나다'라는 작품은 매우 인상적이다. 2014년에 발간한 그의 화첩에는 100장이 넘는 대단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데, 물론 추상이라고 분류되겠지만 그의 그림 한 장 한 장에서 위대한 한 남성의 혼을 느낄 수 있다. 한 시대를 정직하고 용감하게 살아온 한 남성의 끓는 피가 느껴진다. 

김병기는 노인이 아니다. 글이 사람인 것처럼 그림도 또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돈에도 권력에도 굽히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온 시대적 영웅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가 만일 피카소를 흠모하지 않았다면 그 재능을 가지고 한국의 전통 화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능히 조선조의 단원 김홍도나 겸재 정선이 되었을 것이다.

피카소가 스페인 내란 때 프랑코를 반대하고 공화파를 지지하여 '게르니카'라는 작품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지만, 유엔군이 평양을 탈환하고 1·4 후퇴 때 철수하면서 황해도 신천에서 양민 3만5000명을 학살했다는 북한의 허위 선전을 믿고 그 학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는 사실에 김병기는 분개하였다. 작가 김원일이 무슨 계제에 북한에 갔다가 황해도 신천에 세워진 양민학살박물관에 찾아갔지만, 미국의 범죄라고 믿을 만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 학살은 공산당의 학정에 시달리던 신천의 반공 청년들이 일어나 악질적 공산당원들을 죽였던 일이 있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공산당원들이 또한 학살을 자행하여 피차에 상당한 희생이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미군들이 총을 겨누고 남녀노소, 심지어 임신부까지 총살하는 장면으로 피카소가 그린 사실에 분개한 화가 김병기는 부산 피란 시절에 피카소에게 편지를 한 장 써서 시내 어느 다방에서 낭독하였다. 피카소의 주소도 모르면서 누구에게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몰라서 가까운 몇몇 사람에게 천부당만부당한 피카소의 그 그림 한 장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그와 인연을 영영 끊었다는 것이다. 김병기는 멋있는 인간이다.

그의 100회 생신 잔치를 내가 준비하고 그가 원하는 사람을 50명
초청하여 냉면과 빈대떡을 대접했는데, 나는 그런 위대한 화가의 가까운 친구가 된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교리나 교파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생명의 영원함을 다짐할 뿐 아니라 조국의 위대한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니 그런 의미에서 그는 화가인 동시에 예언자이다. 그와 더불어 한 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추천 2

작성일2018-08-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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