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꽈리고추와 빈부 격차

페이지 정보

목멘천사

본문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지
물말은 보리밥 입안에서 방황을 해도 꽈리고추, 된장에 찍어 함께 먹으면
짭조름한 안도감에 미리 소화를 시키며 다가올 포만감에 이미 행복했던
아주, 가난한 시절이 있었지

그리고 돈을 벌었지
어머니 검은 머리가 가발이 되어 미국이라는 꿈의 나라로 
어머니는 한번도 못타본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잠 많은 누이는 밤 잠 못자며 밟아라 삼천리
아직 여자 한번 안아보지 못한 엉아는 용접의 불꽃으로 정욕을 대신 태우며
온 나라가 으쌰, 으쌰 부자가 되는 꿈 하나로 미친듯이 돈을 벌었지

어느덧 꿈속에서나 보던 자가용이 집집마다의 현실이 되고
두텁던 칼라 테래비는 큰 액자로 변하여 방방마다 벽에 붙고
어머니의 검은 머리만 태우던 비행기에 이제는 키우던 강아지까지 같이 타고
만만한 나라 미국이며, 불쌍한 나라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등으로 날아가는 버스가 되고

그 옛날 입안에서 방황하던 물말은 보리밥은
콜레스트롤을 낮춰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새로운 신약으로 거듭나고
꽈리고추는 천 가지, 만 가지의 갖은 조미료와 함께 건강식으로 둔갑을 했는데..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의 짭조름한 안도감은 
나 혼자 가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소화를 방해하고
다가올 포만감에 대한 행복은 다가올 포만감에 대한 불안으로 바뀌고

액자처럼 얇아 신기한 티브이에서는
살다가 살다가 없어서 못살아 엄마와 딸들이, 아빠와 아가가 함께
부자 나라의 가난한 백성이 싫어서 지구를 스스로 떠났다는 뉴스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보수인지 진보인지 하는 정치인들의 굴고 힘있는 목소리만 울려 나오고..

난 고국에서 머나먼 만만한 나라 미국의 한쪽 구탱이에서
몇달이 걸려 고국을 떠나서도 아직 싱싱한 막걸리를 메이드인 유에스에이 컵에 따라서
캘리포니아 어디서인지 성장한 쭈글쭈글한 꽈리고추를
메이드인 차이나 맛된장에 꾹꾹 찍어 같이 먹고 마시며
살았다는 게 무엇인지, 산다는 게 무엇인지, 살아야 한다는 게 무엇인지
돈 한푼 안생기는 이상한 상상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