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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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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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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 김윤자 

신발장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웅크리고 앉아 계시다니요. 
한 박자 늦은 걸음이 어때서요. 
행여 젊은 눈길이 따갑거들랑 
보릿고개 넘으시던 잰걸음 되짚어 보셔요. 
시류의 물살 가르고 
면면히 이어오는 그 푸른 맥 속에 
번뜩이는 예지(叡智)가 찬연한걸요. 
진흙탕 속에서도 망가지지 않으셨던. 
잠시 굽어질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으셨던. 
빠지면 빠질수록, 꺾으면 꺾을수록 
더 큰 몸부림으로 튕겨 일어서셨죠. 
외세의 가시돋힌 꺼럭, 전신을 옥죄어도 
백의민족 하얀 가슴에 
몹쓸 터럭 하나 박지 않으셨고 
폐허의 잿더미 풀풀 날려 휘감아도 
냉혈의 피로 되쏘아 날리시고 
서슬퍼런 가난의 깊은 강 
나라 기둥 박히지 않은 붕 뜬 징검다리 
꾹꾹 누르며 건너오시느라 
살이 녹고 뼈가 휘셨군요. 
나가시자구요. 
청솔바람 고이던 길은 아니어도 
연분홍 꽃길은 아니어도 
구두 사이로, 운동화 사이로 
틈을 내어 나와 보셔요. 
밝은 해 아래 열린길 
고무신은 나가면 안되나요. 
그늘 속에 숨어사는 우리의 혼, 고무신 

++

구두도 아닌 것이, 운동화도 아닌 것이
구두 보다 더 편하고
운동화 보다 더 질기고.

어제 올린 글에 어떤 분이
검정 고무신 동영상을 부탁하셔서 찾다보니
문득 고무신을 까맣게 잊고 살아온 것이 새삼 느껴지고
고무신이야 말로 우리나라 고유의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상에 고무신 신는 사람이 누가 잊으랴만은
파스텔화 처럼 아련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듯
나도 고무신 한 켤레 신고서
추억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레드우드 숲 사이를 어린아이 처럼 걸어봤으면..

+

만화가 너무 길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부탁하신 사과나무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