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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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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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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 이화은

사는 일이 그냥 
숨쉬는 일이라는 
이 낡은 
생각의 驛舍에 
방금 도착했다 

평생이 걸렸다 

++

살다가 지치고 힘들때면 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무겁고 어두운 기억을 깔고 누워 불안한 잠을 자는 내 방을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옷가지나 가방은 안들고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
추억같은 것들이 은밀하게 붙어서 따라오면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니..

그리고 망설이다 정말 여행을 떠났었다고 생각 했었지
떠나서 무엇인가를 만나고 또 헤어지고
스치며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깊고 얕은 인연으로 웃기도 했었고, 울기도 했었고

잠깐이지만 날개를 얻어달고 하늘을 날기도 했었고
언어를 잃고 절망으로 떨어진 시인의 눈물이 떨어진 소주잔을 쓰게 삼키기도 했었고
슬픔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은 잠쉬 쉴때면 편지로 적거나 노래로 만들어 조금씩 덜어 내기도 했었고..

마침내 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 했을 즈음에는
목젓을 들어내도, 눈물을 못흘리며 울어대는 한 마리 산새가 되어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었고..

이제 먼 여행에서 지친 몸으로 돌아와 내 방에 내 몸을 뉘었다고 생각하며 나를 처다보니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지만, 나만 변하지 않고 늘 이곳에서 있었던 것..

아주 긴 여행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
인생이란 것은, 깨고나면 한바탕 꾼 꿈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