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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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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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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바다 - 정호승

허허바다에 가면 
밀물이 썰물이 되어 떠난 자리에 
내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다 
어린 게 한 마리 
썩어 문드러진 나를 툭툭 건드리다가 
썰물을 끌고 재빨리 모랫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팬티를 벗어 수평선에 걸어놓고 
축 늘어진 내 남근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한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나그네가 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어린 게 한 마리 
다시 썰물을 끌고 구멍 밖으로 나와 
내 남근을 툭툭 친다 
그래 알았다 어린 참게여 
나도 이제 옆으로 기어가마 기어가마 

찾아가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


바다 - 삼립 크림빵 먹다 목멘 인간


바다로 가면 마음이 넓어진다오
하여 찾아간 바다

추억처럼 갑자기 밀려온 파도에 
나도 모르게 흩어진 마음 주워 담으려다

문득, 마른 멸치처럼 떠오른 은빛 시체
가만히 들여다 보니 바로 나

죽기전에 얼마나 살려고 파닥 거렸을까
찢어진 꼬리 지느러미에 집착의 허망함이 싱싱하게 묻어있다.

마음이 넓어진다 하여 찾아간 바다에
멸치처럼 바싹 마른 내 마음 그냥 버리고 왔다.

+

물속 제 고향에서 물밖으로 던져진 물고기 처럼
이 마음은 마왕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파닥거린다 - 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