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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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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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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서정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몸부림은 거세지고
너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버둥거림으로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
마지막이라고 수없이 중얼거려 보아도
다음 장의 그림은
어김없이 노을로 펼쳐진다

인생의 황혼이 보인다고 하던
어느 선배 시인은 이미 노을 속으로 가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공간에서
곡선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서로 엉켜
빛의 한쪽 편을 잡는다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복사꽃처럼

빛과 어둠으로 나누는 언어다
사랑이라는 말은
바람이 일어나는 저녁에서야
방풍림 속에 나를 세워둔다.
익숙해질 혼자 됨을 위하여
말하면 안될 것 같은 가슴이면
꽃씨를 심어야 하리
들꽃같이 서서
바람 뒤에서 흔들리며
눈물 숨기려고 웃는 나를
가슴 넓은 나무는 보고 있다

잠들기 전 낡은 구두를 정원에 세운다.


++


집착 - 목메어 맥주 마시다 사래걸린 악마

집착의 반대말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자.
절망이나 포기같은 상투적인 말들은 너무 무겁고
해탈이나 벗어남 같은 가식적인 말들은 가슴 보다는 머리에서 헤매이니 제껴두자
버린다는 말은 너무 건방진 말이고
잊으리라는 말들은 삼류영화의 대사 같아서 싫다.

그래 
집착의 반대말은 멀리서만 널 사랑한다고 하자.
가까이 갈수가 없음에 그저 멀리서만 널 사랑한다고 하자.
지켜 봐서도 안되지만 몰래 숨어서 지켜보며 멀리서만 널 사랑한다고 하자.

집착과 비슷한 말이 떠 오를까 두려우니
집착의 반대말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