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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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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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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적 -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


오래된 기억 - 목메어 또 술마신 이상한 사람

기형도.
스물 아홉살, 삶과 세상에 대한 고뇌가 가장 어울리는 나이에
뇌졸증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쓰고 심야극장에서 세상과 이별을 했다는 이상한 남자.

나.
그 남자의 시와 사상과 죽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듯 외면하며 살아왔지만
오늘 같은 날 그의 시를 읽고 난후 꺼내본 아주 오래된 기억들 사이 사이에서
그와 나는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같은 회색 빛 가슴을 가지고 있음을 본다.

그의 삶과 나의 오래된 기억이 부분적으로 같음은 물론 슬픈 일이지만
세상은 이런 슬픔이나 비극적인 요소가 있음으로 상대적으로 아름다울수 있음에 감수할수 있는 일이다.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그의 오래된 서적처럼
나의 기억도 검게 변해 아주 잊혀졌으면 하는 희망을 꿈꿔본다.

기형도.
그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
나는 오래전 부터 기적을 믿지않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