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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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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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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1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가을 밤 - 맥주에 치즈먹다 목멘 남자

이제 해 지고 절망같은 어둠이 세상을 덮으니 항상 수채화같이 투명한 웃음을 흘리던 
네 얇은 입술같은 바람이 내 가슴을 스친다.  
그 바람은 이제 찬 것같기도 하고 아직 뜨거운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걸어가야할 밤은 멀고, 그리움 같이 아득한 새벽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데 
고양이처럼 가만 가만 다가온 바람에 나는 미리 아픈 시늉을 해본다.
너는 이 밤에 이곳에 없는데 너는 이곳에 이 밤처럼 앉아있다.
그리움처럼 차갑기도 하고 뜨겁기도 한 아주 이상한 감정의 덩어리들을 품은 이 밤..
이천 십팔년 구월 십사일.. 오늘밤을 가을 밤이라 결정하겠다.

물빛같이 조용한 눈물을 닮은 음악이 많이 그리운 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