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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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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바라보니 - 조오현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

나 - 목메어 술 마시니 허리가 더 아픈 이상한 인간

나는 
우주에서 왔다
불과 바위에서 왔다
별과 흐르는 바람에서 왔다
흐르는 물과 정지된 물에서 왔다
떠 오르는 태양에서 왔다
떨어지는 태양에서 왔다

그리고 살아왔다.
천고에 자취를 감추는 봉황은 못되었어도
춘삼월에 말 잘하는 앵무새로 평생을 살고싶었다.

그러나 살아왔다.
한살림 살고자 꿈틀거리며
나 살겠다고 남의 살점 베어 먹고
똥 싸고, 알 까고
그렇게 벌레로 살아왔다.

벌레나... 나나..
도긴개긴..

+

내생에는 
황량한 벌판에 날리는
작은 먼지 한 알갱이로 다시 태어나거나

가난한 시인의 목젖을 넘어 뱃속으로 기어들어가
시인의 눈물로 다시 태어나는 소주 한 병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