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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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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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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아는 사람들은 잘알다시피 눈이 제법 높다.
물론 배 뽈록, 작은 키, 대머리인 내 외모에 기준해서다.

하여 웬만한 세숫대야는 손도 안 담근다.
당연히 하이엔드 미스 코리아표 세숫대야나 연예인표 세숫대야, 혹은 백마표 세숫대야..
그딴 것들에 칼모 녕감님처럼 휘둘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나보고 담가 보라고 살랑 살랑 다가온 세숫대야도 내 평생 한번도 없었지만..

좌우간 이렇게 눈이 높은 나에게는 섹스는 발정이 아니라 상상력인 것이다.
정신과 육체, 엘레강스함과 질퍽한 리비도가 어우러지는 어찔한 엑스터시인 까닭이다.

요약하면 내가 내 팔뚝, 내 거시기 굵다는 이야기며
정신적인 측면으로 고찰하면 그저 리비도에 마구 휘둘리는 타입이 아닌
뭐랄까.. 플라토닉틱 하면서도 형이상학적.. 그런 이상적인 섹스를 꿈꾸는 남자라는 말이다.

상상할만치 다했다 이제 시작하자...

그득 고인 눈물, 동그란 어깨, 부드러운 아미,
여울에 부대낀 옥돌처럼 새하얀 이, 
흰 눈 내리는 푸른 겨울바다를 뒤로 하고 타는 듯 붉게 핀 동백꽃잎같은 입설...
머리카락 끝에서 미간, 미간에서 코 끝,코 끝에서 턱 끝이 아름다운 비례를 이루고
그저 약간 벗어남으로 규격화된 박제미인이 아닌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조개같은 신선함이 있는
좌우간 그런 여자를 사랑했었다..

엄정하면서 배려할 줄 아는..
지킬 것을 지키면서 그리운 것을 그리워 하는 여자.
두 눈 그득 눈물이 번지다가 주루룩 흘러내릴 때,
갓 날아내린 황새 날개짓같은 추녀를 뒤로 하고 먼 데 하늘을 보는 눈길을 보노라면
난... 왜간장이 타다,타다 재가 되고 말았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이제는 담담히 그녀의 이름을 밝힐수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름은..
성은 한이요... 이름은 상궁이었다..

아주 오래전
연속극은 그 엄청난 분량에 하루 벌어 반나절 사는 내가 보기에는 벅찬 일이라서
생육상태가 부실한 옥수수마냥 스토리가 듬성 듬성 빠진 김빠진 연속극을 본 이유는
대장금이도 아니요, 그 주위의 아녀자 부스러기도 아니요.. 이유는 오직..
그녀.. 한상궁 때문이었다.
난 지금도 그 연속극의 제목이 왜 한상궁이 아니라 대장금인지 그게 진짜 궁금하다..

하여간.. 한상궁 그녀가 대장금이 땜에  죽은 후..
난 다른 어느 영화나 연속극에서도 그녀를 본적이 없다.. 
이름도 한상궁이라는 것 외에는 실명도 모른다..

그래도 나를 차버린 팔백구십일명의 녀인네 중에서도
플라토닉틱 하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사랑을 나눈.. 몇 안되는 녀인네 중의 한 명이다..

왜 갑자기 쓰라린 지난 시절의 사랑 나부랭이를 씹어대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미스타 선샤인을 보려고 하니 그 분량이 너무 너무 엄청 난데다
주인공이 하필이면 나랑 똑같이 생긴 이병헌이란다.. 해서 기분 나빠서 안보기로 결심하다가
갑자기 그 옛날의 연속극 한상궁이 생각나서 강아지나발, 송아지나발 써본 것이다.

++

이름도 서양틱한 루씰이라는 녀인네에 대해서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한영애씨는
왜 한상궁 노래는 안맹글어 부르는 걸까..
맹글어 부르면 분명히 나같은 녕감님들 한테 대박 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