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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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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마시는 건 - 강태민

내가 술을 마시는 건 꼭 취하고 싶어 마시는 술 아니다. 
허무한 세상 
땀 흘려 얻은 울분을 
허기진 뱃가죽 공복에 씻어내려고 마시는 술만도 아니다. 

남자의 고독을 술 한잔에 섞었다 말하지 말아라. 
나 홀로 술잔 기울인다고 술꾼이라 말하지도 말아라. 
내 빈 술잔에 아무도, 무엇 따르는 이 없는 걸 너희가 아느냐. 

내가 말없이 술잔 비우는 건 
윤회를 꿈꾸는 세월에 주먹을 치며 나를 달래는 일이다. 
내 가슴 일부를 누구 스친 바 없는 시간에 미리 섞는 일이다. 
허기진 공복에 잔을 씻고 씻으며 
미지의 시간을 위로해주려는 그런 마음이란 말이다. 

++

술 - 목메어 술 마시다 추억에 더 목멘 인간

사는 것이 고달프고 바쁜 것이냐, 
희노애락이 너무 많아 어지러운 것이냐
옳고 그른 것이 너무나 많고도 많으냐 
산다는 게 그런 거지 그 무슨..

그날,술에 취해 어쩌자고 자꾸 비질비질 울기만 했는지
그리고도 또 술잔을 입에 대고 마시고 나면 왜 웃음이 자꾸 나왔는지..

웃기는 세상은 싸구려 작부처럼 내 품에 슬쩍 안겼다가 
나보다 먼저 취해 제 멋대로 흥얼거리며 혼자 돌아다니고

여기가 어디쯤이더라.. 나는 여기저기 발돋움하다 사정없이 비틀거렸지
아니야, 나는 하나도 안취했으니까..

그렇구나 
절벽보다 더 가파른 내 외로운 이야기도 때로는 웃기고
그 절벽으로 떨어지고 싶은 내 영혼의 갈등도 꽤나 슬픈데
머리꼭지부터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왜 또 이렇게 어수선한지..

에이..씨발..
눈부신 눈물 털고 기울어진 거리 밟으면 세상은 다시 네온처럼 깜빡거리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는 것인지 자꾸만 발바닥이 허공을 내딛던 그 밤..

가만, 함께 둥실 떠다니던 그녀는 어디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