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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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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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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 심재휘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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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과 사람 몸이 부딪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곳이 사랑의 자리다. 
그러나 이별이 오면 몸과 몸은 투명인간처럼 서로를 통과해 각자의 길로 간다. 
사랑은 둘로 나뉜다. 칼날에 잘린 반 토막 양파의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속살들은 아무리 벗겨 봐도 껍질이 될 뿐 끝내는 빈손이 남는다. 
젖은 마음에게 마르는 일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마르지 않으면 다시 젖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옛사랑’이 돼야 한다.  

-심재휘 시인의 시를 더 옛사랑으로 만든 이영광 시인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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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 그냥 목멘남자

두껍아 두껍아
옛사랑 팔백구십열개 줄께
새사랑 한개만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