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페이지 정보

목멘천사

본문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

비 - 가끔씩 내리는 비에 목이메어 술 마시고 가끔씩 비틀거리는 남자

평생에 하나
내 소중한 우산 잊어버린후
가을비 내리면 혼자 가슴 적시며
무거워진 내 영혼 혼자 바라보는 이상한 습관

이제는 바람이 불어도 흐르지 않는
통째로 얼어버린 차가운 눈물샘 속의 눈물

가을비는 슬프지만 아름답다는
나의 뻔한 거짓말에 또 속는 나
무겁게 길위로 가라앉아 천천히 어둠속으로 흐른다.

많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