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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9-22 ] [이원창 컬럼] 괜찮아 , 걱정하지마

수황이형 생각이 난다... 돌아보면 약 50 년 전 일이다. 당시 서울 시내 신설 중학교 야구팀 시합이 열렸었다. 신용산, 균명, 마포 그리고 우리 학교등, 네 팀이 참가했었다.

균명과 시합이 있는 날, 원래 던지던 선수 대신 전혀 못보던 투수가 나왔다.
거무티티한 얼굴에다 덩치도 컷고 볼 던지는 폼도 너무 노숙해서
어른 같이 보였다. 인사이드로 마구 내리 꼿히는 공에 우리는 다 겁을 먹었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가 피쳐 마운드에서 유유히 껌을 씹고 있었던 모습이.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1 번 타자 완식이와
2 번 타자로 들어선 나 , 둘 다 삼진을 당했다. 삼진 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순식간에 타순이 돌아와 다시 내 차례가 되었다.
첫 번째 스트라이크에 이어 두 번째도 역시 스트라이크였던 것 같다.
또 삼진을 당할 것같아, 타임을 부르고 수황이형한테 갔다.
"이 번에도 삼진 당할 것 같아요"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좋은 거 들어오면 그냥 쭉 밀어쳐, 알았지"
"이,번에도 삼진인데..."
"괜찮아, 삼진당해도..." 웃음이 보인다.

순간 빨리 들어오는 인코너 볼, 몸이 자연스레 따라나갔지만
간신히 스윙은 멈출수 있었다. 하마터면 또 당할 뻔 했다.
그 다음 볼도 대려다가 말았다. 이제 투 스트라이크 투 볼.
제 오구는 빠르게 들어오는 직구였다. 팔을 쭉 뻗었드니 텅하고 맞아나갔다.
숕스탑과 세컨베이스 사이로 빠져나가는 중전안타!
나간김에 이루로 도주 성공. 이어 터진 영준이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기록했다.

세번째 타석이다. 푹 눌러선 모자끝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빠른 직구였다. 갖다대니 역시 텅하고 맞는데 팔목의 느낌이 좋았다. 안타였다.

네 번째 타석, 공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금방 투 스트라이크 먹었다.
수황이형을 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웃고있었다.
투 스트라이크 스리볼 풀카운트까지 갔다. 투 아웃에 주자 둘이었던 것 같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는 순간 그렇게 기다렸던 직구가 빠르게 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힘차게 돌아갔다. 휘두르는 배트에 퉁 소리가 났다.
맞는 소리가 훨씬 강했다. 전력으로 질주해 일루로 뛰어갔다.
원래 장타는 아니었지만 센터가 내 공을 잡으려고 전진 수비하는 바람에 볼이 그의 키를 넘어버렸다.이루를 지나 삼루로 달리는데, "달려, 달려!"하는 함성이 들려왔다.
전력으로 뛰었다. 이제 홈으로, 온몸을 던져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세이프, 살았다!
먼지를 털고 일어서는데 우뢰같은 함성이 터졌다. "십 번, 십번"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 러닝홈런 그렇게 얻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5 : 2, 우리가 신승했다.



"삼진 당해도 괜찮아", 형님의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잘 안풀리는 날, "강당뒤로 모여"하면서 녹카뱃으로 무지하게 패던 다른 형과는 비교도 안되었다.
"괜찮아" 그 한마디가 강한 매질 보다는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일 차, 이 차 다 떨어지고 삼 차에 간신히 들어간 학교 , 오산에서 겪은 일이었다.
어젯밤 꿈에도 형님이 조용히 찾아오셨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삼진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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